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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중인 도서를 테이블로 가져가 읽는 것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딴뚬꽌뚬은 책방 겸 커피하우스입니다. 당연히, 커피를 마시며 독서하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테이블도 있고, 의자도 있습니다. 책읽기 좋도록 음악도 잔잔하게 틀어놓고 있구요.

이런 공간의 의무는 좋은 책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딴뚬꽌뚬의 꿈과 희망도 바로 이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구요.

하지만 딴뚬꽌뚬은 서점이고, 서점은 책들에 대한 책임 또한 져야 합니다. 책에 대한 책임이란 책을 쓴 사람, 책을 만든 사람들에게 지는 책임을 말하는 것이지요. 책은 잘 망가지는 물건입니다. 그 안에 들어간 고민들과 생각들은, 그 정신적이고 지적인 깊이에도 불구하고 물질적으로는 새털만큼의 무게도 없고, 종이는 작은 물방울에도 자국이 남으며 쉽게 찢어집니다. 서점은 작가들의 삶이 담긴 이 연약한 사물을 안전하게 보존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을 다 하는 것은, 저희 공간이 좋은 책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선행조건입니다. 즉 책을 보존하는 것,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은 결국에는 한 가지 임무인 셈입니다.

물론 서점 겸 카페가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지혜롭게 균형을 맞춰야만 합니다. 저희는 손님들이 책을 펼쳐 볼 때, 책과 만나는 그 자유로운 시간을 간섭하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니 그 분들이 그 시간을 만끽하면서 글쓴이들의 삶을 존중하고 있는지, 그 망가지기 십상인 사물을 아끼고 보살펴 주는지, 저희는 그것을 감시하고 있기 어렵습니다. 그저 그 분들이 떠나고 난 후에야 책에 남긴 흔적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한탄하거나, 그러한 시간을 통해 책이 마침내 독자의 품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안도하고 환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저희가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잠재적인 독자들인 여러분들의 배려일 것입니다.

- 마음에 맞는 책과 만나기 위해서는 책을 펼쳐서 훑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책과 독자가 만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고르실 때는, 서가에서 벗어나지 마시고, 서가 앞에서 책을 살펴보신 후 제 자리에 놓아 주세요.

- 판매 중인 도서는 테이블로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분명히, 서가에는 견본도서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견본도서라고 해서 대충 취급받아야 하는 책은 아닙니다. 또한, 판매하기 위해 비치한 책들 중에서도 포장을 하지 않아 펼쳐 볼 수 있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책들을 마치 대여 도서처럼 읽으시게 되면, 그래서 책이 빠르게 낡아버린다면, 결국 이 책과 독자는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 게다가 테이블로 책을 가져가셨다가, 엉뚱한 서가에 돌려놓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매 중인 도서들은 독자와 만나기 위해 그 자리에 놓인 것입니다.

- 딴뚬꽌뚬에서는 음료도 팔고, 간식도 팔고 있습니다. 책은 쉽게 망가지는 물건입니다. 음료는 얼마든지 책에 얼룩을 남길 수 있고, 심지어 책 자체를 못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간식들에는 기름기가 있으며 또 부스러기도 발생합니다. 판매 중인 책을 테이블로 가져가 읽는 것은 정말 자제해 주셔야 하겠지만, 무엇을 드시는 중에는 특히 더 자제해 주세요.

- 종종 독립출판물을 테이블로 가져가 완독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독립출판물은 다른 책에 비해 두께가 얇아, 하루 내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시면 적으면 한 권 많으면 두 세 권도 완독하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독서'가 과연 책 쓴 이의 삶에 대한 예의와 관심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인지 한 번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책을 구입하신 다음에는, 마음껏 커피와 함께 즐겨주세요! 저희는 책을 통해 삶과 삶을 만나게 한다는 저희의 의무와 목표를 완수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책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독자의 몫이며, 저희는 책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않습니다.

- 책을 구입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희 서점 뒷문 쪽에는 '공유서가'가 있으니까요. 이 책은 이 가게를 찾는 모든 분들과 만나기 위해 놓여 있는 책들입니다. 이 책들은 저희 가게가 이미 구매를 마친 책들이며,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그 서가에 비치해둔 것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번을 맛보시는 중이더라도, 얼마든지 펼쳐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다른 분들도 읽으실 책들이고, 이 책들 역시 쉽게 망가지는 물건이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책과 다른 독자들에 대한 배려는 이 책들을 읽으실 때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책과 커피'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가게인데 책을 읽으려는 손님들에게 인색하게 구는 것이 두려워, 그동안 저희는 이런 공지를 하는 것을 망설여왔습니다. 책손님보다 커피손님이 더 많은 상황이다보니 책을 읽으시는 손님이 계시면 우선 반가운 마음이고, 그래서 책을 보시는 분들께 마치 "책 좀 읽지 마"라고 들릴 수도 있는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무척 두렵고 걱정스럽고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판매를 위해 마련한 책이 파손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부득이 이런 죄송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책방을 믿고 책을 맡겨 주신 분들께도 책임을 다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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