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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글이 망했습니다.

원래 첫 번째 글은 저희 책방의 ‘서평쪽지’에 대한 글이 될 예정이었습니다만, 글을 쓰고, 프린트하고, 프린트한 초고를 읽어보고, 고쳐 쓰다가, 결국 그 글을 쓰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첫 글을 쓰다가 엎어버린 까닭은 글이 마치 홍보목적의 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썼지만, 아마도 그걸 읽는 사람들은 그 글이 하려는 이야기가 “딴뚬꽌뚬 서가에 놓인 서평쪽지 앞으로 더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느낄 것입니다. 그런 글이 A4 세 장 분량이나 되니 읽다가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도 들었습니다.


애써 쓴 글을 엎어놓고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대체 왜 나는 에세이 페이지를 열기로 했나?


저는 에세이 페이지가 딴뚬꽌뚬 SNS 페이지와 전혀 다른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SNS를 가게와 관련된 이야기를 업로드 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SNS에는 가게에 놓인 소품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하거나, 책이 새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거나, 일정을 안내하는 글을 주로 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저 자신’의 이야기는 가급적 올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저 스스로 SNS 페이지들이 제 개인공간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약 이 에세이 페이지가 기존에 운영하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지와 구별되는 공간이라면, 이곳에 제 개인적인 생각이 드러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그렇다고 짧은 신변잡기와 가볍게 스쳐지나간 느낌들을 쓸데없이 보고하고 공유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 시간 내서 읽을 만한 글을 써야겠지요. 그래서 ‘에세이’페이지인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올해 초에 에세이 페이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 공간을 구상하며 가졌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막상 이 공간을 위한 첫 번째 글은 서평쪽지 홍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혹시 지나치게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까?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아진 건 존댓말로 글을 쓴 탓일까? 아니면, 그동안 SNS에 올릴 홍보/안내용 글만 쓴 탓일까? 실패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한 끝에, 앞으로는 저 자신이 제 글의 첫 번째 독자여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제 생각이 더 솔직하게 드러나는 글을 쓸 수 있을테고, 그런 글을 써야만 굳이 홈페이지까지 찾아와서 제 글을 읽으려 하시는 다른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글이 될 테니까요.


서평쪽지에 대한 글도 조만간 다시 쓰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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