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박진범, 권태익 작가님이 함께 쓴 『Antipode : 우리가 충분히 오래 걸어간다면』입니다.
무려 314페이지짜리 책으로, 독립출판물 중에서는 두꺼운 편입니다. 독특한 디자인, 글씨 모양, 삽화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풍겨나는 향긋한 냄새까지 책 만들기 자체를 매우 신경 쓴 책입니다.
책 기획도 신기합니다. 영화, 소설, 음악에서 발췌한 한 문장을 소재로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글을 쓴 것을 엮었다고 하네요.
사실 모든 글쓰기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무언가를 읽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때는 수천 수만 독자들이 한 명이 쓴 한 가지 문장을 읽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글쓰기가 이루어질 때는 그 독자들 각각이 자기 문장을 씁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책들은 아마도 이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Antipode : 우리가 충분히 오래 걸어간다면』역시 그런 일반적인 읽기와 쓰기로써 만들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것을 읽고, 서로 다른 글을 씁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잘 드러나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두 사람이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시도 썼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글을 읽으며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큰 책이지만, 그 뿐 아니라 독해에서 작문으로 이어지는 그 쉼 없는 과정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과연 그 과정은 마치 함께 충분히 오래 걸어가듯 화해와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텍스트에 대한 해석으로 수 만 가지 분쟁이 쉬지않고 이어지는 세상 꼴을 보며, 고민에 빠져봅니다. 작가님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이 책이 그런 세상으로 향하는 지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Antipode : 우리가 충분히 오래 걸어간다면
지은이 : 박신범 · 권태익
제목 : Antipode : 우리가 충분히 오래 걸어간다면
출판사 : 앤티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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