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하 작가님의 「희망한 적 없는 희망퇴직」은 제목 그대로 퇴직을 희망한 적 없었던 희망퇴직자의 구직 경험담입니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회생활 경험들을 담담하게 회고한 책이지만, 그 경험담에 담긴 청년실업, 비정규직, 여성차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들은 이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먹먹하고 두려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건 그만큼 이 '경험담'이 그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에는 사람도 많고 이상한 사람도 참 많아서, 안 그래도 힘든 세상을 더 힘들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이 와중에 이래하 작가님은 조금은 마음 편한 일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입니다ㅋ)

구직자들 뿐 아니라 회사나 모임을 꾸리고 계신 분들에게는 실용적인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직과 모임은 어떻게 해서 망하는가? 망하는 조직과 잘 유지되는 조직들을 모두 겪어보신 작가님의 평가는 무척 교훈적입니다. 경직되고 과잉된 '예절'로 인해 왜곡된 일상적인 언어생활에 대한 문제제기도 주의 깊게 읽어 볼 대목입니다.

이 책을 만드는데 참여하신 또 다른 작가님이 계십니다. 힘들었던 구직활동 이야기를 읽으며 최해성 작가님의 흑백 도시풍경 사진을 함께 보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글쓴이의 심란한 마음으로 이 일상적 풍경을 바라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