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통해 암사자가 주인공인 어린이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침 <라이온킹>의 CG리메이크 영화가 한창 개봉 중일 즈음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대체 무파사가 죽고 심바가 떠나 있던 동안 암사자들은 무엇을 한 것인가’하는 의문을 가져왔던 터라, 좀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암사자 캐릭터가 나타났다는데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아이들을 위한 영웅캐릭터가 활약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추측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주인공인 와니니가 암사자인 만큼 여자아이들이 감정이입하고 동일시하기 좋은 것은 사실이나, 어수룩한데다 무리에서 가장 약한 암사자였던 와니니가 초원의 낙오자들을 모아 새로운 무리를 결성하고 강대한 침입자들과 용감하게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는 여자아이들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이 손에 땀을 쥐고 열광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학교는 꿈을 나누는 장소라기 보다는 정글에 더 가깝고, 어른들은 한국사회를  더욱 차갑고 잔인하며 인정사정없는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무한경쟁과 강자독식이라는 규칙을 아이들도 내면화하는 요즘, 생존경쟁에서 도태되고 무리에서 낙오된 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힘을 합쳐 어려움을 해쳐나가는 와니니 무리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더 따뜻한 인간관계와 더 다정한 사회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