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여전사의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예컨대 레아공주, GI제인이나 뮬란 등은 이런 상상력을 구체화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캐릭터들은 전쟁터에서 ‘남자애들 못지않게’ 활약하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생산합니다. 그러나 실제 전쟁에서는 어떨까요. 남자와 여자 모두 다 함께 ‘똑같은 전쟁’을 수행하게 될까요? 책의 저자 알렉시예비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소전’, 혹은 ‘대조국전쟁’은 단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각각 다르게 경험한 전혀 다른 두 개의 전쟁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으며, 더 자세히 들어가면 개별 참전자들 각각이 간직한 개인적인 전쟁이자 상처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남성 장군들, 전쟁영웅들이 중심이 되었던 거대한 전쟁서사를 거부합니다. 대신 그 거대한, 지배적인 역사이야기가 억압하고 은폐시켰던 참전여성들의 이야기, 그녀들의 역사에 주목합니다. 많은 남자들은 여성들의 전쟁이야기를 싫어하고, 경멸하고, 두려워한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남자들의 ‘기록’이 전쟁사를 영광스럽게 윤색하는 동안, 여성들의 ‘기억’은 전쟁의 추악함, 슬픔, 혼란스러움을 노출시키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전쟁터에서 경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그러한 감수성 때문에 몸과 마음 양쪽의 고통을 아주 크게 겪어내야 했습니다.
누가 하는 이야기이든 옛날이야기는 재밌고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이 책의 문장들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 책은 파시즘/반파시즘, 국가/개인, 남성/여성 등 단순한 범주화를 바탕으로 하는 거대서사에 익숙한 독자들의 인식체계를 흔들어버립니다. 여군들은 남자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용기와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한편으로 치마나 길게 땋은 머리, 하이힐 같은 전통적인 여성성에 집착하며 그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여성들도 남자들과 다를 바 없이 전쟁의 광기에 휩쓸리며, 증오심에 사로잡혀 인간성을 잃어버립니다. 그렇기에 독소전 참전여군들을 ‘여자’라는 단순한 주체성만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은 러시아인이고, 스탈린국가의 인민이었으며, 20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등장인물의 주체성을 결정짓는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독자들은 개별적 경험담들 속에서 책을 펼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그리고 기대했던 문제의식이 불분명하고 복잡하게 얽인 이런 저런 경계선들 곳곳으로 흘러나가 사라지는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독자들은 독서의 목적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긴장하며 책을 읽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저자 역시 그런 혼란을 겪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전쟁이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지켜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참전을 경험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전쟁사를 영광스럽고 위대하고 거대한 것으로 기록하려는 남성적 권력에 대한 저자의 저항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쟁이 없는 세상은 좀 더 여성의 얼굴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세상은 모두에게 좀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기에, 이 책의 메시지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전쟁은 여자의 열굴을 하지 않았다
저자명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역자명 : 박은정
제목 : 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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