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보는 사람의 회고록입니다. 보통 유명한 사람들이나 회고록을 쓰지 않나? 하는 선입견을 반성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사람의 회고록은 분면 그 의미가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이명옥이라는 평범한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의 삶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삶이 시시하고 지루하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이 책은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이 책의 사료적인 가치입니다. 이명옥씨의 회고는 할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살아온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혹한 여성노동, 경제적 하위계급의 생활환경, 결혼문화, 토건 전성시대의 풍경들 등등. 얇은 책에 꽉 들어 찬 역사지식을 보다 보면 독자들은 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지적인 흥분도 느끼게 됩니다. 특히 회고자의 입에서 담담하게 서술되는 가부장제의 어두운 면들은 가볍지 않은 논쟁주제가 될 것입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 작은 이들의 삶과 목소리, 소소한 교훈과 잊히기 아까운 지식들을 찾아내고 남길 수 있는 것도 독립출판의 매력이자 역할일 것입니다. 독립출판의 가치를 듬뿍 느끼게 해 주는 이 책을, 이웃의 삶에 다정한 눈길을 던지고 싶은 독자들께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