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도시로 놀러 나갔다가 전쟁터에 끌려 나간 어린이들이 만들어낸 기억, 의미, 긴장으로 점철된 근대 일본문화사
좋은(그리고 두꺼운)문화사 연구서 읽는 즐거움과 어려움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문화사연구입니다. 좋은 문화사 연구가 늘 그렇듯이, 미리엄 실버버그 역시 풍부한 자료를 통해 1920-30년대 일본 대중문화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갔던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깊이 있게 복원해냅니다. 독자들은 이 낯선 세계 속에 푹 빠져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근대 일본 대중문화의 화두가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였다고 주장하면서 글을 진행시켜 나갑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들 중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에로틱’인데, 저는 에로틱에 대한 담론이 근대 일본 여성의 신체로부터, 정확히는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는 일본 남성들의 시선에 의해 생산되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근대는 가부장적인 일본사회에 새로운 여성들을 등장시켰습니다. 근대문화 소비자들인 모던걸, 노동자들인 카페 여급은 일본 남성들의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함과 동시에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불온한 존재, 혹은 피해야 하는 저급한 삶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정주부들은 근대 여성의 독립적인 삶과 전통적 부인의 덕목 사이에 놓인 담론투쟁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성들이 에로틱 담론을 생산하는 가운데 여성들 역시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이를 실현시키려 노력하는 모습들도 함께 나타납니다. 에로틱에 대한 남성들의 담론생산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해외침탈과 국가적 성범죄(즉 ‘일본군 위안부’문제 말이지요)로 이어진다는 점을 틈틈이 지적하는 저자의 비판적 문제의식도 놓쳐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아마 일본문화에 대해, 또 여성신체와 남성의 시선에 대해 저보다 더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가지신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현대 일본사회와 한국사회에 대한 통찰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는 지식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통찰력을 자극합니다.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
저자명 : 미리엄 실버버그
제목 : 에로틱 그로테스크 넌센스출판사 :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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