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파트의 측벽에 적힌 특유의 폰트. 저자는 그것을 “아파트 글자”라고 이름붙이고 그 특유의 미적 감각을 수집해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 책의 사진들은 “아파트 글자” 뿐 아니라 그 주변 맥락까지 함께 담아놓았습니다. 차분히 감상하다보면 산책하다 우연히 마주친 듯한, 혹은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오랜만에 방문한 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일전에 친구 결혼식으로 부산을 방문했던 때 마주쳤던 아파트 글자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책의 도입부에 인용된, “산책하다 마주친 낯선 시간”에 관한 벤야민의 말을 곰곰이 음미해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아파트 글자 장인과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일가를 이룬 장인과 신세대 활자디자이너의 대담은 생명력과 열정이 넘쳐납니다.
공간과 활자디자인, 시간에 관한 사유는 최근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쪽에 관심이 있으셨던 독자들에게는 무척 만족스러울 책입니다.
아파트 글자
저자 : 강예린 윤민구 전가경 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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