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언어의 묵직한 힘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글이 적고 그림이 많지만,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무관한 삶들이 함께 머물고,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버스라는 공간, 그 안에서 경험하는 시공간의 흐름, 그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정서와 같은 것들을, 이 책의 시각언어는 멋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문자로 그것들을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글을 더 길게 쓰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이처럼 알레나 아줌마의 숭고한 노동, 생명에 대한 사랑이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화자인 꼬마아이가 이웃인 알레나 아줌마에게 가지고 있었던 관심 덕분입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책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 사물의 역사 뒤에 숨은 자연의 변화, 시간의 흐름, 인간의 노동은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관계가 돈과 상품으로 치환되는 현대사회에서 『알레나의 채소밭』의 멋진 그림과 글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