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투명한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책은 무성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이지 않던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소개합니다.
 이 책은 마치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먹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책을 펼치면 간단한 게임과 귀여운 만화가 낯선 삶을 대하려는 이의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그러나 그 게임과 만화조차 내용이 가볍지는 않습니다. 소수자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이후 역사적인 무성애자에 대한 소개, 무성애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들을 보신다면 이 주제가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오래된 문제라는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성애는 새삼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이며, 신기한 유행이 아니라 진지한 학문적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무성애자들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부단한 고민을 치열하게 이어나갔던 것입니다.
 이런 지적인 깨달음은 여러 종류의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지평을 넓혀주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힘 있는 글은 에세이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와 소설은 무성애자들이 성애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하고 마음에 상처도 입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가슴 아프게 전해주는데, 이것이 문학의 힘일 것입니다. 이 가슴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주 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무성애자들의 삶과 만나고 그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