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편집과 고급스러운 속지가 인상적인 책 『대행진』은 '아날로그 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어느 래퍼의 삶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음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인 저에게 랩은 정말 낯선 장르입니다. 그만큼 어느 래퍼의 경험을 나누는 이 책을 읽는 일이 제게는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동안 제 머리속의 래퍼란 두려울 것 없는 얼굴로 자신감이 넘치는 걸음걸이를 하는 사람의 이미지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행진』을 읽으며 그 피상적인 이미지의 해상도가 높아지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예술가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웃과 사회를 향한 저자의 따뜻하고 진지한 시선이 무척 존경스러웠습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주위를 둘러보며 살고 있나... 반성도 하게 되구요. 책을 읽다 <바텐더>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어느 늙은 감독 캐릭터의 멋진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다."  『대행진』의 문체는 무겁지 않지만, 한 래퍼가 앨범을 만들며 흘렸을 피의 무게를 전해 받은 독자의 마음에는 깊은 흔적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