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의 데뷔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인뮤지스 : 그녀들의 서바이벌》의 촬영기입니다. 먼저 책의 약점부터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나이든 남성이며, 나이든 남성이 어린 여성의 삶을 관찰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약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걸그룹 아이돌이라는 특수한 입장에 놓인 여성들이 겪는 삶은 별세계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린 여성들을 상품으로 길러내는 어른들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스무살 남짓한 걸그룹 멤버들에게 노출을 강요하면서도 "다 애들을 위해서지, 아이들한테 애정이 없으면 이렇게 해주지도 않아요"라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런 가운데 노출에 항의했던 멤버는 리더 자리에서 강판되고 말죠.
  최근 걸그룹 세계는 이 책이 전하는 분위기와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걸그룹 멤버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고, 아저씨 팬 이상으로 여성팬들이 중요해지면서 무차별적이고 경쟁적인 노출과 섹시함보다는  다양성과 당당함이 더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거대 산업의 톱니바퀴 속에서 변함 없이 이어지는 가혹함은 여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여성들이 있죠. 작은 스케일에서도, 큰 스케일에서도,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